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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se & Gabriel ♥/2014

2014.12.25 마지막 산타 코스프레





12월이 되자 로즈와 가브리엘 남매는 성탄절 선물 얘기를 슬슬 꺼내기 시작했다.


이미 로즈양은 산타의 존재에 대해 알아버렸고

가브리엘은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


남편은 가브리엘이 잠든 것을 확인 후 로즈양만 조용히 불러 앉혀놓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선물도 없이 성탄절을 쓸쓸히 보내야만 했던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몰래 선물을 전해준 니콜라우스(라틴어로 니콜라오) 라는 주교님이 계셨는데

그분이 가톨릭 성인에 오르셔서 앞에 산타(영어로 Saint, 라틴어로 Santa, 聖)가 붙은 것이며

음료 회사가 이분을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빨간 옷을 입게 되었고

(원래 주교님 공식 옷이 자주색이긴 합니다만 ^^)

성 니콜라오 주교님은 이제 돌아가셔서 하늘에 계시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실 수 없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니콜라오 주교님의 뜻을 따라 자녀에게 성탄 선물을 주게 되었다... 


라고.


친구들에게 "산타는 없다. 선물은 부모님이 몰래 주는거다" 라고 들었던 로즈양은

엄마아빠의 얘기에 실망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런 좋은 주교님이 계셨다며 좋아했고,

동생에게는 올해까지만 비밀을 지키자 약속을 했다.

사실 그후에, 로즈양이 "뭐 갖고 싶어요.." 라는 얘기를 통 안해서 은근 불안하긴 했다.




이후 가브리엘은 산타할아버지로부터 또봇 델타트론을 받고 싶다는 얘길 생각 날 때마다 얘기했다.

너무 비싸서 산타 할아버지에게 부탁할거라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ㅠ.ㅠ


비싸서 망설이다가 24일이 되어서야, 장 본다는 핑계로 A 할인점에 갔는데... 

그 날이 하필 휴무일이라 실패. ㅠ.ㅠ

게다가 곧장 공주로 미사보러 가야 해서, 그냥 얼마전 준비해 둔 책 몇 권으로 퉁쳐야지 생각 했는데

성탄 전야미사중에 가브리엘이 귓속말로,

"엄마, 델타트론 받고 싶다고 예수님께 기도 좀 해주세요." 라고 하는 바람에....ㅠ.ㅠ

미사 끝난 후 차에서 잠든 가브리엘을 남편에게 맡기고

밤 11시 문 닫기 직전의 옆동네 B 할인점으로 부랴부랴 달려가 진짜 딱 하나 남은 또봇 델타트론을 입수;;;;









잠에서 덜깬 부시시한 얼굴이지만 저렇게 밝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뿌듯하다.

비밀을 지켜준 로즈양에겐, 일전에 DCM 사진 이벤트로 받아둔 헤링본 카메라 가방을 추가로 투척. ㅠ.ㅠ



아이들이 갖고 싶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주는 부모가 되기는 싫었다.


형편상 사주지 못한 것도 있고 

분에 넘쳐 사주지 않은 것도 있고

아직 감당할 때가 아니라 보류한 것도 있지만


구하기 힘든 선물을 사려고 줄 서 있다가 서로 멱살 잡았다는 어느 부모님들에 대한 기사를 보며

과연 어떻게 하는 게 진정한 사랑일까를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몇 년 후에 가브리엘에게 커밍아웃 했을 때.

로즈양처럼 기뻐해 주면 좋게다는 소박한 꿈 하나 더 가지게 되었다.